[ 경북투데이 보도국 ]=== 울진군민 1인당 30만 원씩, 총 140억 원 규모로 편성된 '군민생활안정지원금' 예산이 결국 군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열린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전체 8,179억 9,300만 원 규모의 추경 본안은 가결됐지만, 정작 군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민생지원금 항목만 따로 부결되면서 지역사회에 뒷말이 무성하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8명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것은 무소속 의원 3명뿐이었다. 나머지 다수 의원들의 반대로 지원금 예산은 결국 무산됐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울진군은 이미 올해 초 같은 조례를 근거로 민생지원금을 한 차례 지급한 바 있다. 지난번엔 됐던 지원금이 이번엔 왜 안 되느냐는 물음에, 군민들 입장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결만 하고 대안은 없다"…의회 스스로 인정한 한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복남 위원장은 "한정된 재원을 보다 책임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 재정 여건과 지속 가능성, 사업 효과와 집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위원들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심사했다"고 부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재정 지표, 어떤 근거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뒤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찬성표를 던졌던 장유덕 의원(무소속)조차 표결 직후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며 "예산이 부결되면 그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집행부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예산도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서만 가부가 결정된다면, 울진군은 발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역 주민 간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부결시킨 쪽에서조차 '대안 없는 부결'이라는 자기반성이 나온 셈이다.

황이주 군수 "포기 안 한다"…재추진 여부, 추석 최대 화두로
황이주 군수는 "의회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이것은 민생지원금 문제이기 때문에 의회가 정말 제대로 판단해 주리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서민 경제, 우리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의회와 소통하며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결로 지원금 지급이 사실상 중단될지, 집행부가 재차 예산안을 의회에 올릴지가 추석을 앞두고 지역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다수당만 반대"…정치적 셈법 아니냐는 뒷말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표결 구도 자체에 있다. 무소속 의원 3명만 찬성하고 나머지 다수 의원이 반대로 돌아선 모양새를 두고, 일부 군민들 사이에서는 "군수가 다수당 소속이었어도 이렇게 부결됐겠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특정 정당이 평소 '다수 의석의 힘'을 문제 삼아 온 만큼, 이번 표결이 스스로 지적해 온 것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론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한 신중론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그렇다면 그동안 의회가 다른 대규모 사업들, 예컨대 각종 개발·용역 예산의 집행 과정은 얼마나 꼼꼼히 들여다봤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생과 직결된 30만 원짜리 지원금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대형 사업 예산의 낭비 소지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민 체감과 동떨어진 결정… "절차 논리가 민생을 이겼다"
실제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군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부결이 '재정 여건'이라는 추상적 논리에 밀려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역 관계자는 "의회가 신중하게 심사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왜 하필 서민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돈만 막혔는지 군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이주 군수 역시 "의회와 소통하며 재검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애초에 집행부와 의회 간 사전 조율이 충분치 않았던 정황도 읽힌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140억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넘어, 군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예산과 의회가 지켜온 심사 기준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가 하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나온 이번 부결이, 재추진 논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대로 표류할지 군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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