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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밥' 중요했던 새누리당..빈 국민 밥그릇은 어쩌고?

김재수 해임건의 막기위한 역대급 촌극 '필리밥스터'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으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빚어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24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표결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장관들 발언시간을 늘리기', '의원총회 길게하며 본회의장 입장 늦게하기', '저녘 식사시간 요구하기' 등 일명 '필리밥스터'를 진행하는 '촌극'을 벌여, 사실상 역풍을 맞기도 했다. 

  

앞서 23일 본회의 개회 직전 정세균 국회의장은 "해임건의안은 국회법 따라 오늘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면서 여야 간 협의를 요청했다. 해임건의안의 마지노선을 정해놓은 상황이었다.

  

또한 김재수 장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던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강경발언이후 해임건의안 찬성 쪽으로 급격하게 입장을 선회하면서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급박해진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고, 합법적 의사진행 지연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누리당이 필리버스터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일단 새누리당에서도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려 했으나, 본회의가 개의하기 전 신청해야 한다는 조항때문에, 이미 본회의가 열려버린 상황이어서 제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출신인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이 "인사에 대한 토론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황찬현 감사원장 인준안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거부한 선례를 뒤늦게 찾아내고 역풍가능성을 고려해 포기한 측면도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을 막아낼 방도를 찾다가 모든 사안을 지연시키는 일명 '필리밥스터'라는 '국회 코미디'를 고안해낸 것이다. 

  

23일 '필리밥스터'는 대정부질의를 고의적으로 늘리던 새누리당의 전술이 한계가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이날 새누리당은 오전 10시에 예정된 본회의가 오후 2시로 미뤄졌고 여당 의원들은 1시간 가까이 지나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오후 2시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야당의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놓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임건의안 상정을 미루기 위한 새누리당에 맞춰 국무위원들은 대정부질문에서 장황한 답변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우택 의원은 무려 55분간 질의-응답을 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임이자 의원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개혁법안의 핵심, 노사정 대타협의 내용 등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 장관은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홍철호 의원은 국무위원에게 깊이 있는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지막 대정부질문 질의자인 이우현 의원은 약 2시간 동안 질의·응답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질의와 답변이 길어지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일종의 '필리버스터'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법적으로 필리버스터는 의원만 할 수 있지만 국무위원들이 변칙적으로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국회법상 대정문질문 질의시간은 의원에게만 15분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에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점을 새누리당이 이용한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동시에 의원총회를 이어가며 시간 지연작전을 고민했으나 이같은 전략에도 한계가 찾아와버렸다. 

  

'법'보다 '밥'이 중요했던 새누리당  대정부질문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오후 7시50분 경, 의원총회를 하고 있던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몰려왔다. 

  

이들은 국회의장석으로 몰려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밥 먹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들에게 식사 시간을 주지 않을 거라면) 의장님도 식사하지 마셨어야죠”라며 “의장은 밖에 나가서 밥 먹고는 말이야”라고 격앙된 말투로 항의했다. 이에 정세균 의장도 불쾌감이 담긴 목소리로 “김밥 돌아가면서 드시면 되죠”라며 “오늘 새누리당 의총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늘어지게) 된 거 아닙니까”라고 응수했다. 


정 원내대표가 정 의장을 향해 “국회에 오점을 남기지 마세요.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소리를 치자 정 의장도 “당신이나 잘하라”고 쏘아붙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우상호 원내대표 등 더민주 의원들도 단상 앞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의 벤치 클리어링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야당 의석에선 새누리당과 국무위원들이 저녁 식사 시간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도한다는 뜻의 “필리밥스터”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결국 우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를 설득하며 “밖으로 나가 얘기하자”고 잡아끄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도 일어났다. 

  

40분 가까이 단상 앞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면서 여야 의석에서도 험한 말이 오갔다. 한 새누리당 의원이 “이렇게 괴팍한 국회의장은 처음 본다”고 하자 더민주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거 다 보였으니 그만하라”고 비꼬았다. 결국 정 의장은 30분간 정회를 선언하고,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 끼니를 해결하고 오도록 했다. 

  

결국 이같은 지속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며 필리밥스터는 실패하고 말았다. 실제로 이날 해임안 투표를 앞두고 한 여당 의원은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작전 실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가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킨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임건의안 통과가 부당한 정치공세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에서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취임한지 19일 밖에 되지 않은 장관을 상대로 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점과 이른바 ‘황제전세’, ‘저금리 특혜대출’ 의혹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해소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 속 야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임기 후반 국정원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 장관을 포함한 장·차관 80여명과 함께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를 점검하는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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