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투데이보도국] ===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정비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화재로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19호기로, 사고는 3월 23일 오후 1시 11분께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보도에 따르면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유지·보수 외주업체 소속으로, 당시 발전기 상부에서 작업 중이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우발적 화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균열이 발생한 발전기 날개, 즉 블레이드 부분을 수리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높이 78m의 발전기 상부에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고, 발전기 날개와 잔해가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주변 야산으로까지 번졌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고가 예고된 위험 신호 뒤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영덕 풍력발전단지는 2005년 3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24기 규모의 설비로, 상당수가 설치 20년을 넘긴 노후 상태인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로 지난 2월 초에는 같은 단지에서 21호기 풍력발전기가 쓰러지는 전도사고까지 발생해 단지 전체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전도사고 이후에도 현장 전반의 구조적 위험성과 노후설비 관리 문제가 충분히 점검됐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참사의 본질은 ‘외주화된 위험’에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망자 3명 모두 운영사가 아닌 유지·보수 외주업체 소속으로 확인됐고, 경찰은 유족 조사 뒤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본격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불법하도급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원청과 운영사, 정비업체 사이에 실제 지휘·감독과 안전책임이 어떻게 나뉘어 있었는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고위험·고공 작업일수록 책임이 잘게 쪼개질수록 현장 안전은 가장 취약한 고리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사고 이후 대응도 참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현장 감식은 구조물 붕괴 위험 때문에 즉시 진행되지 못하고, 전문 기관의 해체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며,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에 나섰다. 노동부는 이날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와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즉시 구성하고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이번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는 단순한 설비 사고가 아니라, 노후설비 관리 부실과 외주화된 위험작업, 그리고 안전보다 비용과 일정이 우선된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일 수 있다.
49일 전 전도사고에 이어 또다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면, 더 이상 이를 불운한 사고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수사기관과 노동당국은 발화 원인뿐 아니라 위험성 평가, 작업허가 절차, 화기작업 통제, 추락 및 화재 대비 조치, 불법하도급 여부까지 포함해 원청·운영사·외주업체의 책임 구조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이번에도 책임이 현장 말단에만 떠넘겨진다면, 영덕의 참사는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