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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다가온 ‘트럼프 태풍’

‘아웃사이더’의 일관된 주장…“한미관계 미국이 손해보고 있다!”

경북투데이 엄문수기자=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지난 11월8일(현지시간) 597일의 대장정 끝에 이날 미 전역에서 열린 대선 투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부동산재벌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반란이자, 기성 정치권의 패배다. 미국 보수정권 공화당은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상.하원 의회도 다수당으로 모두 장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도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국 전반에 보수의 색깔이 입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은 둘로 갈라졌다. 숨죽이며 미국 대선을 지켜본 전 세계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가져올 변화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날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된 직후 “미국을 우선하겠다. 하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 미국은 분열의 상처를 묶고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간 유력기관들이 했던 여론조사의 예측과 분석은 모두 빗나갔다. 트럼프는 주요 경합주를 대거 석권했다.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주에서 앞서 나가면서 트럼프는 개표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펜실베이니아에서까지 트럼프가 승리하자 대세는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상당수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반면 클린턴은 주요 승부처를 잡지 못했다. 5대 경합주 중 버지니아주에서만 승리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은 미국인들의 분노를 끌어안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백인 중산층과 기독교인을 결집시켰고, 이들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냈다. 그간 숨어있던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부동층, '샤이 트럼프'도 힘을 보탰다. 특히 ‘러스트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지대)’는 트럼프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클린턴은 끝까지 자신의 발목을 잡은 ‘e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의혹, 끊임없이 따라붙은 부도덕성과 비호감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대 지지층인 젊은 층과 여성, 유색인종의 지지율도 분산됐다. 클린턴은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애매한 정책으로 명확한 색깔을 내지 못했다.


미국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대선에서 분명히 확인된 양 극단의 민심은 진보 대 보수, 미국의 갈등을 예고한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구축해온 세계질서도 바뀔 수밖에 없다. 고립과 보호주의를 표방한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패권국 미국의 아시아, 중동, 러시아 등 대외 안보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했고, 불법이민자가 추방되는 혼란도 예상된다. 오바마정부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주요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회적으론 현재 공석인 대법관 자리에 보수성향의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신부 낙태 문제부터 소수계 인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트럼프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겠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트럼프의 안보질서 변화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 역내안보를 책임져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높은 방위비 부담을 요구하는 미국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중국해 갈등으로 표출된 중국과의 패권 다툼도 격화될 수 있다. 시리아 사태 등으로 심화된 러시아와의 냉각 관계도 해소될지 주목된다. 오바마정부가 밀어붙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파리 기후변화협정도 트럼프 시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한국경제 직격탄 


이처럼 전 세계가 트럼프의 공약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그중에서도 ‘혈맹’이자 ‘주요 경제 협력 파트너’인 우리나라의 계산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미국 우선 경제정책’을 기조로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해 온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더 높이 쌓아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수출기업의 대외경쟁력 제고와 수출환경 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불확실성 증가로 요동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국내에 투자된 외국자본의 흐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그동안 대선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비용 한국 부담, 대북강경정책,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주도한 한국과의 무역협정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일자리 10만개를 빼앗겼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와 관련해 국내 통상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 FTA 원점 재협상이나 폐기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공약에서 비중 있게 언급한 한·미 FTA 재협상이나 폐기를 실제로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향후 대미 교역 등에서 닥쳐올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 등 일부 업계는 대미 수출장벽이 확 높아지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 초긴장 상태이다. 


실제로 경제계는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국내 취약산업에 대한 미국의 개방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 온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깊다.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IT전자, 철강, 유화 등 주요 수출 업종들이 트럼프 당선 이후 달라질 대미 교역 지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TPP 협상 철수, NAFTA 재협상을 주장했고 한미 FTA을 ‘실패한 협정’으로 규정하는 등 보호무역 강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IT전자업계도 미국의 자국 근로자 보호정책 등이 몰고 올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당선 이후 자국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하면 미국내에 공장이 없는 외국기업에 대한 수입제한, 세금인상 등 각종 장벽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트럼프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환율 변동 추이를 주시하면서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항공사는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가 확대되고 유류비, 해외지사 운영비를 포함해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낮아진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1월9일 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저성장과 교역위축 속에서 트럼프의 보호주의, 자국 우선주의 경향은 세계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 및 대북 강경정책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수경기 진작과 경기부양에 쓸 정부 예산이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안보불안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보복에 돌입할 경우 중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호무역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 한국의 최대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물론 수출국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및 남아메리카 등도 중국과 같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한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치달을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과 ‘45%의 징벌적 상계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행에 들어갈 경우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고,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 전반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의 38.3%(중국 26.0%, 미국 13.3%)를 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간의 보호무역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경제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침체된 내수를 수출로 만회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긍정적 전망도 나와 


다만 부정적인 전망이 아닌, 긍정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11월10일 ‘트럼프의 미국’과 관련해 “앞으로 한국경제가 여러 면에서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물가 환경 속에서 수출 단가가 인상되며 기업실적이 개선되는 등 수혜를 예상해 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공약(감세,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고물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는 보호무역주의적 정책 시행 가능성이 부각되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오히려 수출단가가 인상되며 기업실적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점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反)이민 정책 시행 및 대규모 재정적자 등에 따른 고물가·고금리 여건은 달러의 강세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달러강세 국면에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다소나마 개선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또 “수입물가의 상승을 유발해 디플레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인플레 국면에서 한국의 수출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한국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호재”라고 말했다. 


또한 수출단가의 반등에 힘입어 기업이익 전망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중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도전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도 홍 연구원은 유지했다. 


그는 “인플레 기대가 부각되는 국면에 한국의 수출주 및 가치주가 강세를 보였던 경험을 감안할 때 이들 주식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비상태세 돌입 


이같은 다양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분석에 정부는 비상대비태세에 돌입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잇따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금융당국도 세계금융시장 동향 및 외국자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11월9일 오후 소집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투자자, 국제신용평가사 등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양국이 전통적 안보 동맹국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상호호혜적 이익을 향유할 필요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가기로 했다. 더불어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외채, 외환보유액 등을 철저히 관리해 대외 안정성에 흔들림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9일 오후 긴급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유럽은행 부실문제,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연초부터 지속돼 온 다른 대외리스크와 결합돼 국내외 금융시장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최상의 긴장감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구축 ▲은행 외화유동성 확보 ▲가계부채·구조조정 등 국내 리스크 요인에 대한 관리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한국경제 건전성 홍보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국재계와 인연? 

  

한편, ‘트럼프 쇼크’로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한국 기업·기업인과 트럼프와의 인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트럼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기업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1997년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가 뉴욕의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70층)인 ‘맨해튼 트럼프 월드타워’를 지을 때 건축 공사의 설계·공정·구매 관리 등을 총괄하는 회사로 참여했다.


이 공사를 담당한 인연으로 대우건설은 한국에도 트럼프 월드타워와 같은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1999년부터 ‘트럼프 월드(Trump World)’라는 브랜드로 서울·부산·대구 등 7곳에 분양을 했다. 대우건설은 브랜드 사용료로 총 700만달러 정도를 지불했다.


종합일간지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대우건설에서 ‘트럼프 월드 사업팀’ 팀장을 맡았던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한국에서 트럼프월드 주상복합을 지을 때 한 층을 털어 스포츠센터·수영장·연회장을 만들고, 1층에 호텔식 로비를 만들었는데 맨해튼 공사를 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우건설 초청으로 1998년과 1999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모델하우스 개관식과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했다. 당시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아파트의 온돌 마루나 보안시스템이 미국에도 적용할 만한 것 같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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