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행정광고비 6천만 원 '수상한 집행'…
법적 책임 피할 수 있나
기사도 없는 서울 언론사에 세금 퍼줘…“
재량이라 이유 없다" 버티기
집행 기준 서류도 없이 특정 단체 회원사 '싹쓸이'…
감사·수사 청구 가능성
김천시가 지역 언론사에는 "홍보비가 부족하다"며 행정광고비를 삭감하거나 아예 끊으면서, 정작 김천시 관련 기사를 단 한 줄도 게재하지 않은 서울·경기 소재 언론사들에 6천만 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부은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담당 공무원이 취재진의 집행 이유 질의에 "재량이지 않냐. 답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공공연히 밝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지방재정법·행정절차법 위반 소지는 물론, 형법상 배임 가능성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보비 '줄었다'더니…실제론 1억 5천만 원 늘었다
김천시 홍보팀은 지난해(2025년) 기존에 광고비를 집행하던 지역 언론사들에 "시의 홍보비가 많이 줄어 모두 집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일부 언론사를 배제하거나 집행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
그러나 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실은 정반대였다. 인터넷 광고 집행은 2024년 410건·8억 9백만 원에서 2025년 548건·9억 5천9백만 원으로, 건수는 138건, 금액은 무려 1억 5천만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언론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광고를 끊으면서 전체 집행 규모는 오히려 늘렸다는 것이다. 늘어난 예산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의문이 집중된다.
기사 한 줄 없는 언론사에 수천만 원…
경북 체전 광고는 왜 서울에
상세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면 수상한 정황이 더욱 뚜렷해진다. 2024년까지 단 한 번도 김천시 행정광고비를 받지 않았던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가 2025년 들어 갑자기 여러 차례 광고비를 배정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 언론사들의 면면이다. 해당 언론사 대다수는 김천시 관련 기사를 단 한 건도 게재하지 않았으며, 소재지도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었다. 지역 시정(市政)을 홍보한다는 행정광고의 목적과 동떨어진 집행이 반복된 것이다.
특히 경상북도민들의 지역 체육 축전인 '경북도민체전' 홍보 광고까지 서울 소재 언론사에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북 도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알리는 광고를, 경북과 아무런 연고도 독자 기반도 없는 서울 언론사에 집행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집행된 광고비 총액은 6천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시정 홍보 기사 한 줄 없는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면서 매일같이 김천시 기사를 써온 언론사는 광고비를 뚝 끊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경북도민체전 광고를 기사도 안 쓰는 서울 언론사에 집행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 전국체전도 아니지 않냐. 세금으로 집행하는 광고비를 담당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기가 막혀 했다.
"재량이라 이유 없다"…공무원 발언이 오히려 법적 부담으로
취재진의 질의에 대한 김천시 홍보팀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비가 시정 홍보를 위해 쓰는 것은 맞다. 그러나 어떻게 집행할지는 재량"이라면서 "집행 기준이 서류로 만들어 놓은 것은 없지만 담당자만의 기준은 있다. 지적한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한 자세한 이유를 우리가 답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민들이 이러한 집행을 어떻게 생각할지 묻는 질문에 또 다른 관계자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이번 집행은 수단의 다변화로 목적에 맞게 집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발언 자체가 오히려 법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행정절차법 제23조는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하더라도 처분의 이유를 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세금으로 집행되는 행정광고비 배분은 행정처분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며, 담당자 스스로 서류화된 기준이 없음을 인정한 것은 내부통제 절차의 부재를 자인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행 이유와 근거는 비공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개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 역시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언론단체 회원사 몰아주기…
배임·직권남용 가능성도~~
취재 과정에서 더욱 결정적인 정황이 확인됐다. 2025년 갑자기 광고비를 집행받은 언론사들 대다수가 특정 언론단체, 즉 사단법인 전국지역신문협회의 회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재량권 행사를 넘어 특정 단체에 대한 조직적 특혜로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지방재정법 제32조 및 제96조 위반 가능성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목적과 용도에 맞게 집행되어야 하는데, 기사를 게재하지도 않고 지역 독자 도달 효과도 없는 타지역 언론사에 홍보비를 집행한 것은 예산의 목적 외 사용 또는 낭비적 집행에 해당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형법 제355조 배임죄구성 요건 해당 가능성이다. 특정 단체 회원사에 집중 배분된 구조가 단체와의 유착이나 반대급부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공익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세금을 집행한 배임적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위반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우호적 보도를 기대하거나 특정 단체와의 관계를 의식해 광고비를 집행했다면 부정청탁의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주민감사 청구·수사 의뢰 가능…
"법적 대응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행정적·사법적 대응 수단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는 19세 이상 시민 300인 이상의 연서로 청구할 수 있으며(감사원법 제43조), 경상북도 주민감사청구는 지방자치법 제21조에 따라 신청이 가능하다. 담당자의 특정 단체 연관성이나 반대급부 정황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신고또는수사기관 고발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 집행 내역, 해당 언론사 등록 실태 및 실제 발행 여부, 담당자와 언론단체 간 인적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추가 취재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광고비는 시민의 돈이다. "재량이니 답하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천시는 집행 기준과 선정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앞에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감사와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사단법인 전국지역신문협회 대구경북협의회 공동취재-






